대사(大赦)는 ‘은혜’, ‘관용’, ‘너그러움’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인둘젠시아(indulgentia)’를 번역한 말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의미합니다. 한자로도 크게 용서해 주는 것을 의미하니 잘 풀이된 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고해성사(고백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고백을 하여 사죄를 받게 되면 보속(補贖)의 행위를 통해 죄에 따른 벌을 해소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보속은 참회를 통해 생겨난 결심 즉,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행위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죄를 용서받으면 벌(罰)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을 수 있지만, 무릇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기를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벌을 받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 딜레마를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이며 이 때문에 교회는 고해성사 때에 일정한 보속을 제안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적당한 보속은 죄를 멀리 하겠노라는 개인의 결심을 다지고 마음의 멍에를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보속으로써 벌을 온전히 해소할 만한지는 하느님만 아십니다. 지상에서의 보속이 부족했다면 받아야 할 벌이 여전히 남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받아야 할 ‘잠벌(暫罰)’-지옥에서 받는 영원한 벌과는 다른 한시적인 벌-을 연옥에서 해소하게 됩니다. 연옥에서의 이 ‘잠벌에 대한 보속’을 없애거나 줄여주는 것이 바로 대사입니다.
대사는 크게 죄인이 연옥에서 받을 벌을 모두 면제해주는 ‘전대사(全大赦)’와 벌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한대사(限大赦, 부분대사)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대사나 한대사(부분대사)를 연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대신 받을 때 그것을 대원(代願, suffrage, 남을 위해 드리는 기도)이라고 합니다.(가톨릭대사전 참조)
초기 교회에서는 죄인이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기간이 40일, 80일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속죄를 할 만큼 길었고, 그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벌을 사면 받을 수 없었기에 기나긴 속죄 기간은 실제로 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오는 데 장애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교들은 특별한 경 우에 속죄 기간을 단축하여 주기도 했는데, 이런 기간 단축이 대사의 배경이 됩니다.
대사를 얻으려면 다음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됩니다. 즉 대사를 받기 원하는 사람은 신자로서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하고, 순례처로 지정된 성당이나 묘지를 방문하여 교황이 요청하는 기도를 하여야 합니다. (※ 매월 교황의 기도 지향은 매일미사 목차를 참조하십시오.)
이 세상에서는 미사참례나 영성체, 기도, 극기 그리고 희생 등의 방법으로 보속을 할 수 있지만, 죽은 후에는 더 이상 보속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오로지 대사를 통해서만 벌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한 믿음 안에서, 지상에서 얻게 된 대사를 죽은 연옥 영혼들에게 하루 한 번에 한하여 양도할 수 있으며 이로써 연옥의 영혼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벌을 없애기 위해서보다는 이웃 영혼의 구원을 돕고자 하는 것이 보속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웃에 대한 사랑이 클수록 벌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줄어들 것입니다.
교회는 특히 매년 11월, 위령 성월에 전대사와 한대사를 수여하는데, 대사를 받아 연옥 영혼들에게 양도하는 것은 우리가 신앙 행위를 통해 그들의 구원에 기여하는 공로(功勞)입니다.
먼저, 보편교회는 매년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전대사를 수여해 왔으며 때로는 교황님께서 상황에 따라 기간을 늘려주실 때도 있습니다. 그 예로 2000년 대희년에는 1년 동안, 코로나 이후인 작년과 제작년에는 11월 한 달간 전대사가 수여되었습니다. 묘지나 성당을 방문하여 기도하고 참배하는 데에 많은 숫자가 모일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여, 전대사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을 늘리면서, 적은 숫자 또는 홀로 묘지와 성당을 방문하여 전대사를 얻기 위한 신앙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과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방역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영적으로 함께 하고 기도함으로써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다음은 전대사를 얻기 위하여 우리들이 해야 할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11월 위령 성월에 대사를 얻는 이 여정을 통해 ‘하늘과 땅이 연결되어 있다는 우리들의 믿음’을 삶으로 드러내며, 또 죽은 많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대사와 한대사를 얻기 위해 하는 기본적인 신앙 행위〉
1. 고해성사 : 미사 봉헌하기 전이나 사제의 환자 방문을 통해 드리는 고해성사
2. 영성체 : 미사 때 모시는 성체나 병자 영성체
3. 교황님의 지향에 바치는 기도
- 11월 교황님의 기도 지향 : 고통받는 어린이들, 특히 거리의 아이들, 부모를 잃은 아이들, 전쟁의 피해자가 된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고 가정의 사랑을 되찾도록 기도합시다.
- 권고사항 : “예수님 또는 성모님 상이나 성화 앞에서 기도하기” - 묵주기도, 아침기도, 저녁기도, 등등
특별히 해야 하는 것들
〈전대사를 얻는 신자〉
1. 전대사 수여기간 중, 묘지를 방문하여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신자 (위령기도 혹은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2. 11월 2일(위령의 날)에 성당이나, 경당을 방문하여 죽은 이들을 위하여 주님의 기도와 신경을 봉헌하는 신자
〈한대사를 얻는 신자〉
1. 묘지를 경건하게 참배하여,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신자
2. 위령 성무일도의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또는 영원한 안식을 비는 기도를 경건히 바치는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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