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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쉼을 찾아서

 

“신부님, 바쁘시죠?” 신자들에게 많이 듣는 인사말 중 하나입니다. 본당신부가 사실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목활동에 보다 더 정진해 달라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이 같은 인사말은 오늘날 서로 간에도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분주함이 미덕으로, 여유로움이 나태와 게으름으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6월 중순 4박 5일 동안 한티피정의집에서 교구 사제 연중 피정에 다녀왔습니다. 오로지 주님 안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자 영적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교구 사제에게 매년 보장된 것은 큰 축복이자, 바쁜 현대인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것입니다. 일년에 한 번, 단 며칠만이라도 온전히 주님을 찾고 만나는 피정의 시간을 누리는 신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선교여행을 다녀온 제자들의 피로와 끼니를 못 챙겨먹을 만큼 바쁜 상황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좀 쉬어라.”고 하십니다. 끼니를 거르며 정신없이 분주하게 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예수님께서는 같은 연민의 마음으로 말씀하실 것입니다. “좀 쉬어라.” 끼니를 걸러 가며 일한 결과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그로인한 원치 않은 질병들일 것입니다.


로마 유학 초기, 저는 시험을 앞두고 밤늦게 공부하기 일쑤였습니다. 배움의 내용만큼이나 익숙해지지 않은 남의 나라 말로 치르는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쉬이 잠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불평하는 저에게 영적 지도 신부님께서는 단순 명료하게 식별해 주셨습니다. 잠 잘 시간과 기도할 시간을 줄여가며 밤을 새워 공부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한들 그것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고 하느님을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말씀에 그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주님께 맡기고 잘 쉬는 것은 그 후로도 잘 지켜지지는 않았습니다.

 

삶의 여유가 없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실 만족을 모르는 욕망으로 가득한 이들입니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결국 자신도 잃어버리고 가족과 주위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쉼 없이 부추기는 욕망은 제어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주어지는 휴식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TV 리모컨만 잡기보다 내적 활력을 채우는 참된 쉼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다짐하는 참된 휴식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초전본당 주임 오세민 암브로시오 신부
2018년 7월 22일 연중 제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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