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사람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의 이동,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도 길입니다.
이런 글이 있습니다.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누가 떠오릅니까? 복음에 열두 해 동안 하혈하며 고통에 시달리던 여인이 떠오릅니다. 숱한 고생을 하며 수없이 많은 길을 방황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다 예수님을 뵙게 됩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이제 그 여인은 치유를 위해 보낸 기나긴 방황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치유가 아니라 구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방황이 길을 잃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길을 찾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찾고, 그 구원을 얻게 되는 한 여인의 삶을 우리는 복음을 통해 보게 됩니다.
또 한 가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라는 글입니다. 누가 떠오릅니까? 딸의 죽음 앞에서 간청하는 회당장 야이로가 떠오릅니다. 딸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립니다. 더 이상 걸을 수 있는 길도, 걸어야 할 길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우리들이 보기에 길이 끝나는 곳이라 하더라도 우리들에게 길이 되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들의 주님께서 먼저 그 막다른 길에 다다르셨고, 그 막다른 길에 길이 되는 사람이 되어주셨습니다. 이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길을 가다보면 방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길을 가다보면 막다른 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막다름의 자리가 그 길의 끝이 아닙니다. 우리가 걷는 길 위에 또 다른 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새로운 길이 되어 주는 분이십니다. 지금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믿음으로 그 길을 걷는다면, 우리는 길을 걸으며 새로운 길이 되어 주는 그분을 뵈올 수 있을 것이며, 그분께서 마련해 놓은 구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일어나 걸어갑시다. 아멘.
압량본당 주임 권대진 다마소 신부
2018년 7월 1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