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였습니다. 이 말은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고, 이를 위해 소비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지금 시대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 모든 소식을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욜로’와 같이 빠르게 생기고 사라져가는 신조어들을 보면 이 시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나 방향이 어떠한 것인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타인을 위한 희생’, ‘가난’과 같은 단어는 피하고 싶은 단어, 외면하고 싶은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개인의 만족을 위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지금을 소비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세상의 논리와 달리, 예수님께서는 루카 복음 6장 20절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나아가 마태오 복음의 산상수훈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로 그 의미를 확장 시키며, 이들에게 하늘 나라의 첫째 자리를 내어주십니다. 산상수훈의 첫째 조항은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현재형을 취함으로써, 그들에게 이미 하늘 나라가 현재형으로 다가와 있음을 말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야고보 사도 역시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훈계합니다. 예수님께서 특별히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이들을 사랑하셨듯이, 그분을 따르는 우리 역시 이들을 외면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에페소서 4장 20절에서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 관하여 듣고 또 가르침을 받았을 줄 압니다.”라고 말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따르는 그분을 알기에 그 삶을 본받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세상의 가치에만 눈과 귀를 몰두한 채, 진정 돌보아야 할 것에 눈을 감고, 들어야 하는 말에 귀를 닫으며, 해야 할 말에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며, 말 못 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라는 제1독서의 이사야서 말씀처럼 사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을 열어주시는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세상의 것에만 몰두하여,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이를 향한 눈과 복음을 듣고 전하는 귀와 입이 닫혀 있다면, “에파타!” 곧 “열려라!”라고 말씀하시며 귀먹은 반벙어리의 귀와 입을 열어주신 예수님의 은총이 오늘 우리에게도 내리도록 간절히 청해야 하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박남일(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