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라는 말씀은 또한 우리들에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곧 우리는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모신 뒤 복음 선포를 위해 세상으로 늘 새롭게 파견되는 것입니다.
사실 ‘미사’라는 단어 자체가 ‘파견하다.’라는 뜻의 ‘Mittere’동사에서 파생된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 받은 자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합니까?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함이 마땅합니까? 그 방향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공생활에서 함께 했던 열두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파견하시며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 것을,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이제 파견 받은 제자들은 그 어떤 물질적인 것도, 외적인 보호막도 가질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금지된 제자들, 세상적으로 완전히 헐벗은 상태인 그들은 복음 선포에 있어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할 뿐입니다. 바꾸어 말해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된 자들에게 세상적인 것들은 모두 불필요한 군더더기입니다. 사실 파견 받는 자는 파견하는 이로부터 뽑힌 이들이기에, 그 파견에 필요한 모든 것은 파견하는 이가 채워줄 것입니다. 파견 받는 자는 파견하는 이로부터 그저 주어지는 능력으로, 그 책임을 다할 뿐입니다. 곧 예수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제자들은 자신들을 파견한 예수님의 능력으로 복음을 선포하며,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는 것입니다.
우리들 역시 복음 선포를 위해 뽑힌 이들로, 우리를 선택하시어 파견하시는 하느님께서 그에 합당한 능력을 은총으로 채워주심은 당연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해 놓은 우리이기에, 우리는 다른 세상적인 걱정 없이, 그저 하느님의 자녀로서, 파견 받은 자로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능력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 나무를 가꾸던 아모스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언했던 것처럼, 열두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되어 회개를 선포했던 것처럼, 우리들 역시 선택되어 파견 받은 자로서, 그저 하느님께만 의지하며, 그분의 능력으로 복음을 선포하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마르 6,7.12)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조세근 라파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