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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네/내 혼에/불을 놓으며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그대의 푸른 목소리도/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내 이름을 부르며/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오늘도/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더면/너무 막막해서/내가 떠났을 세상/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바람이 부네.... 『바람의 시』 이해인 수녀

 

 

 

같은 말씀이 오늘 1독서에도 나온다. ‘오순절이 되었을때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 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1-4)

 

성령은 마치 바람이 불듯이, 이해인 수녀의 시에서처럼 우리 영혼에 불을 놓으시는 바람과 같이 그리고 사도행전 말씀처럼 거센 바람이 불듯이, 그렇게 움직이고, 생동하는 하느님이시다. 그래서 성경의 증언에서 성령을 바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바람처럼이란 표현대로 성령은 우리에게 부는 바람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우리에게 휘몰아치는 폭풍일 수 있다. 썩은 가지를 부러뜨리고, 약 한 가지를 흔들어 떨어뜨리고, 큰 물결을 일게 만드는 그런 폭풍일 수 있다. 우리의 잘못된 삶의 방향을, 고정되고 습관화된 우리 생활의 자세를 송두리째 쓸어버리는, 잘못된 길로 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마음과 지향을 무너뜨리는,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불어올 수 있다, 성령은.

 

그리고 성령은 다른 한편으로 조용한 봄바람처럼, 더위를 식혀주는, 부드러운 미풍으로 우리에게 불어올 수 있다. 불안한 우리의 마음을 따뜻이 감싸주는, 슬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바쁘고 불안정한 우리를 차분히 이끌어주는, 죄로 괴로워하는 우리들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런 모 습으로, 그런 바람으로 우리에게 불어올 수 있다, 성령은.

 

형제자매 여러분, 성령은 하느님의 바람이다. 우리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폭풍의 바람이다. 살며시 감싸며 안아주는 미풍으로 오는 바람이기도 하다. 그 바람을, 그 성령을, 그 도움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다. 우리는 다만 그 바람의 움직임에, 그 성령의 힘에 우리 자신을 열고, 맡기기만 하면 된다. 우리 몸과 마음을 함께 싣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성령 안에, 성령과 함께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교구 사무처장 박강희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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