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요한 20,29)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갑니다. 이것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공기’입니다.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기 때문에 숨 쉬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공기처럼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관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서로 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를 낳고 길러주시는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 남녀 간의 사랑 안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는 예수님의 부활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만 믿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다른 제자들이 봤다고 해도 믿지를 못합니다. 그런 토마스 앞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에 난 상처에 직접 손을 넣어보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토마스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체험으로 토마스와 예수님과의 관계가 재정립됩니다. 그분은 이제 토마스에게 진정한 주님이 되시고 하느님이 되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고 의심을 극복한 토마스는 주님을 증거하는 데 생명을 바치게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들의 삶 안에서 그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서 주님과 깊이 관계 맺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늘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의 삶에는 그분이 항상 삶 한가운데 계실 것입니다. 이미 믿음을 통해서 주님과의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주님 사이에 이어진 관계는 우리에게 영원함에 대한 희망을 심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 말씀을 실천해 본 사람은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는지를 누구보다도 깊이 확인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을 나눌 때에 주님의 존재를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분의 속성이 사랑 그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간 믿음으로, 사랑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시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예진광 이레네오 신부

2018년 4월 8일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