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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탈렌트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종들을 불러,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가 오랜 뒤에 다시 와서 셈을 하는 내용입니다.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이들은 저마다 두 배씩 벌어 주인에게 칭찬받지만,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주인이 무섭다는 핑계로 지레짐작하여 받은 돈을 그대로 돌려주려다 주인에게 야단맞고 쫓겨나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에 가장 큰 화폐단위인 탈렌트는 노동자 한 사람이 20년을 벌어야 하는 큰돈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주인이 종들에게 맡긴 탈렌트는 다섯이든 둘이든 하나이든 모두가 큰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명의 종은 최선을 다하여 성실하게 임하였기에 칭찬받고 보상받게 되지만, 나머지 종은 지레짐작으로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기에악하고 게으른 종아!”라는 말씀을 들으며 어둠 속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게으른 종을 바라보자니 작년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작년에 대구가톨릭대학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단대 교목실을 맡게 되었는데, 2층 모퉁이에 있는 교목실은 그저 칙칙하고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레짐작으로신부가 있는 이런 곳에 학생들이 얼마나 올까? 아마도 와봐야 신자 학생 몇 명쯤 되겠지….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간식이나 놓고 지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다른 신부님들의 교목실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신부님들 모두 각자의 역량에 맞게 교목실을 꾸며놓고 학생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은 카페로, 어떤 곳은 분식점으로, 어떤 곳은 쉼터로…. 실제로 학생들은 신부님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료와 간식 등으로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나의 환경이 이러하니 대충 있다 가자’라고 생각한 저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다잡아 칙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교목실을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가끔 잘못된 지레짐작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나태한 모습으로 지낼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불성실한 종과 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우리에게악하고 게으른 종아!”라고 야단치고 싶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오히려착하고 성실한 종아! …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라고 말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이러한 마음을 잘 헤아려, 착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기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박종혁 사도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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