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영국의 대작가 C.S.루이스가 적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1942)라는 책이 있습니다. 노련한 늙은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조카 ‘웜우드’ 에게 인간을 타락시키는 방법들을
편지 형식으로 적은 독특한 소설입니다.
그 방법 중에 인간에게 ‘내일’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내용이 있습니다. 멋지고 대단한 계획들을 세우게 하고 열정이 넘치게 한 다음 그 모든 것들을 ‘내일’부터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내일’이라는 허상을 믿게 만드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에게는 ‘오늘’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내일’이라고 부르는 다음 날이 되면 그날은 결국 우리의 ‘오늘’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오늘’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일’ 로 미루게 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스갯말로 “오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라고 합니다. 일단 오늘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내일 하거나 아니면 언젠가 할 거라고 계속 미룹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위안합니다. 내가 안 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 할 거니까 괜찮다고 말합니다.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문구 중에 ‘Just Do I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한다면 ‘일단 해 봐’ 정도가 되겠네요. 우리에게 이 마음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나중도 아니고 언젠가도 아니고 지금 일단 해 봐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할 거라고 하지 않나요? 일단 돈을 많이 벌고 나서 부모님께 효도할 거라고 하지 않나요? 틀어진 관계도 언젠가 화해할 기회가 있겠지 하며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사랑한다”라는 말은 언젠가 할게 아니라 지금밖에 할 수 없는 말이랍니다. 용서와 화해도 언젠가 기회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용기 내어 다가갈 때 가능한 거랍니다. 깊은 믿음도 언젠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숟가락 들기 전에 성호경 긋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랍니다.
하기 싫을 수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속 맏아들처럼 결국에는 오늘 시작하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인생의 끝에서 행복한 사람은 오늘부터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좋은 주님께서 부르신 여러분의 삶에서 있는 힘껏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박원빈 가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