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 인간은 공동의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룹니다. 예컨대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학교가, 치료를 위해서 병원이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목표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그 공동체는 존속할 수 없게 됩니다. 학교가 교육의 장이 되지 않거나, 병원이 더 이상 환자를 낫게 할 수 없다면 그곳은 더 이상 학교도, 병원도 아니게 됩니다.
그렇다면 교회 공동체는 어떠한 목표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교회는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부활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구원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따라 살아가면, 우리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드러내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는 각자 삶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최근 방송 미디어에 비친 신앙인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드러난 여러 사이비 종교의 폐해들, 드라마에서 마치 악의 근원인 것처럼 그려지는 교회의 모습은 적어도 우리의 목표인 구원과는 멀어 보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보여주는 삶의 모범이 더 이상 세상 사람들에게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공동체가 목표를 잃어버리면 그 공동체는 존속할 수 없다는 진리는 신앙 공동체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약속하십니다. 우리를 지켜 주시는 보호자를, 진리를 깨닫게 하시는 진리의 영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가 여타의 공동체와 다른 것은 우리의 목표를 깨우쳐주고 이끌어 주는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입니다. 이 성령을 따라서 우리 신앙인은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있고, 선한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우리 신앙의 근원이 되시고 우리가 부활이라는 목표를 잊지 않도록, 우리 삶에서 신앙의 가치를 용기 있게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신앙을 깎아내리는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는 신앙의 삶을 살아가는 데 지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성령께서 함께하시고, 그분께서는 우리를 끊임없이 신앙의 삶으로 종용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따라 신앙의 삶을 굳건히 살아가는 신앙인,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신앙인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권병일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