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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성주간 수요일에는 파스카 식사에 관한 마태오 복음의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 유다가 은전 30냥의 대가에 예수님을 배신하는 장면을 봅니다. 한편 예수님께서 그 배신자에게도 마지막까지 인정을 베푸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배반할 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1)라고 말씀하시며, 유다에게 마지막까지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그런데 유다는 단지 돈 때문에 예수님을 배반했을까요?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인데, 유다의 생각 속에서는 사실 예수님께서 먼저 유다 자신을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유다가 생각하고 기다리는 메시아가 아니었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예수님이 더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깨달았을 때, 유다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낍니다.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하느님이 계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했을 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하느님의 나라를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내실지를 거부한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잘못 알아본 자신의 관념을 바꾸려 하기보다, 차라리 예수님을 배신하기를 선택합니다.

 

  우리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상을 좇으며 자신이 그린 밑그림에 예수님을 끼워넣어 맞추려는 마음으로는 온전히 주님을 섬기며 따를 수 없음을 기억합니다. 혹시 그런 마음과 자세로 지금 머물러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극심한 수난의 순간을 앞두고서도 우리의 처지를 걱정하며 또다시 말씀하실 듯 합니다 :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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