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공평함’입니다. 평등한 기회, 평등한 임금, 평등한 조건 등입니다. 이런 주제가 왜 학생들의 화두가 될까 생각해 봅니다. 그건 이 시대가 평등함을 잘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시작부터 평등하지 못하고, 거기서부터 생기는 평등하지 못한 기회의 차이는 약자들에게 너무나 큰 노력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런 불평등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평등에서 비롯된 불만과 어려움은 비단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일, 게다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원수들을 사랑하는 일이 쉬 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으로 오히려 누군가를 탓하는 일이 더 쉬워 보입 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또 하나의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상황이라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 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남들처럼 똑같이 살아서 그리스도인이 남들 보다 나을 게 뭐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라 하십니다. 왜냐면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악한 사람이든 선한 사람이건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지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이 우리에게 더 중요하다 하십니다.
세상을 탓하고 불평등을 탓하며 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믿는 하느님 아버지의 모범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신앙인으로 충실히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꾸준한 믿음과 우리의 노력은 분명 세상의 불평등을 좁혀 나가고 하느님의 뜻과 맞지 않는 이 세상을 바꾸는 빛과 소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교구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김구노 구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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