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지역에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가 많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15여 년 전부터 어느 평신도 단체 회원들이 봉사하며 매월 바자회 형식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신앙에 상관없이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와서 미용, 의료상담 및 기본적 치료, 생필품 구입, 식사, 미사, 만남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꽤 오래 이어오던 그 자리가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로 멈추었다가 올 부활절부터 그 단체를 중심으로 저희 본당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미사(유아세례)와 작은 나눔(파티) 정도로, 필리핀 이주민과 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낯설고 멀게만 여겨졌던 이들이 우리 삶의 한 가운데에서, 한몫(경제, 노동 등)을 차지하고 있음을 새삼 새롭게 느끼며,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은 모든 이에게 온전히 드러나신 하느님의 사랑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를 가장 먼저 방문한 이들은 동방의 세 현자입니다. 이들은 선택된 민족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을 예수님에게로 이끈 하느님에게서 오는 표징, 곧 별의 움직임을 받아들였습니다. 고대 세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 탄생할 때 천체와 관련해 특별한 현상이 일어난다거나 하늘에 새로운 별이 생겨나리라는 것이 보편적인 믿음이었다고 합니다. 이방인들이 구세주를 먼저 알아보고 경배 드렸다는 것은 구세주의 강생이 이제 모든 이에게로 퍼져나갈 사랑임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온 누리 모든 이에게 구세주는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6)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오늘 교회는 모든 민족이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유산을 나누고 같은 몸을 이루도록 불림을 받게 된 사건으로 주님 공현 대축일을 기념합니다.
성탄의 시기, 모든 이에게 드러난 사랑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동방의 세 현자처럼 우리 삶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표징을 바라볼 줄 알고, 받아들일 줄 알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달에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기를 기다립니다.
자인성당 주임 | 구자균 다미아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