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의 복음말씀은 루카 3장의 말씀을 선택하여 봉독(奉讀)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탄대축일에 주로 듣는 마태오 복음 1장의 익숙한 족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 내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먼저 마태오 복음은 아담에서부터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록하고 있지만, 루카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족보를 서술합니다.
두 번째로 마태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혈통의 시작을 아담에서부터 찾지만 루카 복음은 혈통의 근원을 하느님에까지 연결짓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유대인들에게 전하기 위한 복음이었기에, 예수가 약속된 메시아의 혈통, 곧 신앙의 조상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메시아의 혈통이라고 예언된 다윗의 혈통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족보를 기록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성탄을 특별히 더 기뻐하는 것은 그분께서 구세주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인데 루카복음의 족보는 이 사실을 직접 서술하고 있는 것이죠. 더군다나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을 족보의 서술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결국 예수의 혈통에 속해있는 모든 사람이 곧 ‘하느님의 아들’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담은 하느님의 아들’(루카 3,38)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표현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만이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그분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도 기쁨이며 사명감을 갖게 합니다. 성탄시기를 기뻐한다는 것은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구원자 하느님이시라는 정체(identity)를 드러내는 표현법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 곧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라든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신앙인들의 이 성탄축제를 즐기며 기뻐하는 방식임을 잘 묵상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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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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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