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신앙은 성모 마리아를 가리켜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릅니다. 우리 공동체의 한 레지오 쁘레시디움의 명칭 가운데 ‘천상의 모후’라는 이름과 같은 뜻이지요. 성모님의 이 호칭은 예수님께서 온전한 하느님이시며, 온전한 인간이심을 믿는 신앙고백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성모님은 임금님의 어머니로서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새로운 시간을 떠올리는 이 날에, 현대교회는 성모님께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특별히 전구(轉求)하여 주실 것을 청하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루르드, 벨기에 바뇌, 포르투갈 파티마 등 성모님의 이 천상영광을 드러내는 성모발현의 기적을 교회가 고증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한 이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동네에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한 예를 들어, 루르드에서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한 성녀 벨라뎃다(베르나데트)는 '내가 왜 너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느냐'는 성모님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 "제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베르나데트가 그렇게 믿고 있듯, 성모님께서는 의지할 곳이라고는 하느님밖에 없는 이들에게 한결같이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교회가 오늘을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는 의미를 여기에서 찾습니다.
고통으로 울부짖고, 분노를 드러내는 이들이 없을 때에 세상에 평화가 옵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가운데, 다른 이들의 평화를 시샘하고 질투하는 이들, 그들의 평화를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세상의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며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며 기도할 것이 아니라, 항상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먼저 다독이시고 그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셨던 성모님의 전구로 세상에 하느님의 평화를 내려주시도록 먼저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하느님의 평화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성모님께 평화의 전구를 청하는 우리의 바램을 삶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합시다.
아울러 새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게 되었네요. 교황님의 안식을 위해서도 기도중에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