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음은 예수님을 낳은 부모가 맏아들을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입니다. 이때에 예언자라고 불리는 시메온을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시메온은 경건한 사람이기는 할지언정 전문적인 예언자로서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은 아닌, 촌부(村夫)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런 시메온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성령의 이끄심 때문이라고 복음은 설명합니다.
시메온의 다음과 같은 말,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30-32) 라는 말에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2,33)고 복음은 전합니다.
왜 놀랐을까요?
첫째, 갓난아기를 두고서 그 정체를 궤뚫어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사의 알림이 아니고서는 아기의 부모들 또한 알 수 없었을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는 또다른 사람이 있음에 놀랐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아기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구세주이심을 선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예수의 잉태를 알리는 천사의 메시지 속에는 그분이 모든 민족들의 구세주이심이 전달되지만 유대인들이 기다리는 메시아는 소위 민족신(民族神) 곧 이스라엘 민족들의 해방만을 위한 존재였습니다. 당시 사람들로서는 헤아리지 못하는 영역에까지 구원의 은총을 베푸실 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듣기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촌부(村夫) 시메온이 이미 궤뚫어보고 있음에 놀랐을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규정이나 신앙의 정도(正道)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판단과 행실이 바른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정이나 관습, 절차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 참뜻을 잘 지켜내지 못하거나 몰이해하는 경우도 봅니다.
당시 하느님의 법에 대하여 잘 알기로는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헤아리지 못했던 ‘모든 민족들의 구원자, 메시아’의 정체를 시메온이 알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은 민족이나 혈통,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헤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메온이 그러했듯 하느님의 사랑을 닮지 못하면 하느님의 신비를 헤아리고 궤뚫어볼 수 없다는 것을 오늘 독서의 말씀을 통해 되새겨봅니다 :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1요한 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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