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친척이자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했음을 알고서 엘리사벳은 다음과 같이 인사합니다 :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4-45)
성령의 이끄심으로 마리아의 태중의 아기가 구세주이심을 알아보고 찬미하기도 하지만,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엘리사벳 자신의 ‘태 안에 아기’를 품은 어머니로서의 기쁨과 행복을 고백하며 그와 같은 기쁨이 마리아에게도 있을 것임을 알아보는 사람의 인사말입니다.
엘리사벳은 늘그막에 세례자 요한을 얻었습니다. 자손을 얻는다는 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겼던 시대에, 아들을 얻기까지 엘리사벳이 겪었던 고통을 먼저 짐작해 봅니다. 갖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신세 한탄도 했을 것이며, 더 이상 자식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미 포기하고도 남았을 법한 나이가 되어서야 뜻밖에도 아들을 얻습니다.
마리아를 만나고 엘리사벳이 기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도, 주위 사람들도 모두 엘리사벳의 수태(受胎)를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겼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할 만큼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아들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더 젊은 때에 아들을 얻는 기쁨을 누렸다면, 이를 과연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은총으로 알아듣지 못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의 사람인가 봅니다. 마리아를 만났을 때에 엘리사벳이 표현한 기쁨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일을 이루신 분이 하느님이심을 확신하기에 누리는 기쁨입니다.
열심히 신앙의 길을 가는 이들도 때로는 사람의 능력을 ‘과신’합니다. 우리는 기적에 목을 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기적까지도 일으키실 수 있다는 믿음 또한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가장 힘겹거나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두 내려놓을 때에야 하느님께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성탄(聖誕),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러 오심은 우리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하시고자 찾아오시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어떤 좋은 일을 이루어주실지를 기대하는 설레임이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과 일상에 기쁨과 힘을 불어넣어 줄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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