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념하는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 사제는 그 명칭에서처럼 십자가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십자가를 사랑했던 성인입니다.
성인이 살아있던 시절은 가톨릭교회로부터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분열이 맹렬히 일어났고, 그로 인한 각종 갈등과 혼란이 가중되던 시대였습니다. 스페인 아빌라 태생인 성인은 유명한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권유를 받고, 남자 가르멜회의 개혁을 이끌어낸 분입니다.
성인에 관한 글을 찾아서 읽다가 성인께서 가르멜 회원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모은 ‘십자가 성 요한의 영적 권고’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 ‘자칭 예수 그리스도의 벗이라는 사람들까지도 아주 조금밖에는 주님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이 주님을 바라보며 고통 대신 위로만을 찾기 때문이다.’(십자가 성 요한의 영적 권고, 40)
교회의 분열과 갈등, 그로 인해 빚어지는 전쟁 등을 목격하면서 여전히 귀족적이고 위압적인 가톨릭교회와 수도회의 자세 - 중세 시대 이래로 대부분의 수도자들은 귀족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 에 일침을 가하며, 십자가를 내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십자가를 사랑하고 짊어지는 삶을 강조한 것입니다.
성인의 영성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어두운 밤’입니다. 마치 긴 터널 속을 지나가고 있을 때에는 자신이 위치에 있는지 혹은 목적지(출구)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그런 때가 있다는 말읿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속하는 노력 속에도 성장하지 못하는 듯한 답답함과 슬럼프를 겪듯, 우리의 신앙도 그러할 수 있고 이에 지치거나 노력을 포기하고픈 무기력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임을 믿고 계속 길을 걸어가면 밝은 출구를 만나게 되듯, 우리는 여러 고통과 유혹의 어두운 밤 속에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빛을 만나게 될 것임을 성인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상실감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지켜줄 대상만을 찾는 나약한 인간이 그럼에도 계속 갈 길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노력이 가치있음을 우리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십자가의 요한’ 성인을 기억하며, 우리는 삶의 고통 속에 담긴 의미를 찾기 보다는 그저 하느님께 내가 필요로 하는 삶의 위로만을 구하며 살아오는 것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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