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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교회는 11월을 위령성월로 보내고 있습니다. 연중 제32주일인 오늘의 복음말씀도 그러하거니와 교회의 전례독서는 부활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되새기도록 초대하며, 동시에 부활 이전에 반드시 겪어야 할 죽음이라는 사건의 의미를 묵상하며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특히 11월 1일에서 8일까지의 기간은 전세계 교회에 '연옥영혼의 벌을 덜어주는 공로'를 쌓도록 '대사(大赦)'를 베풀고 있습니다. 대사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설명은 본당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대구대교구의 성직자묘지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라틴어가 적혀 있습니다 : "Hodie Mihi, Cras Tibi"

다른 교회묘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 말은 번역하자면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라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사건이 - 그 이후에 이어질 부활의 사건도 포함하여 - 우리 가운데 누군가에게 일어날 사건임을 늘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삶의 "끝"입니다. 그 다음을 거론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허망한 종말입니다. 그래서 죽음 이후는 생각하기도 싫고,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 죽음이 우리에게 언젠가는 닥칠 일이며,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일어날 사건일 수 있다는 것도 때로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내가 살아있어야 다른 것도 살아있는 것이 됩니다.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느낌과 체험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이 살아있다 하더라도 내가 죽으면 다른 것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느껴질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영원하지 못한' 존재라는 방증이 됩니다.

 

  현세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있다가 죽기도 하는 존재방식의 변화와 모습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살아있을 때의 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소위 우리가 '살 궁리'를 하지 '죽을 궁리'를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항상 살아계신 분이시기에, 그 분 앞에서는 산 사람이나 죽은 영혼이나 모두 그 모습만 다를 뿐 여전히 살아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가 육신을 지니고 사는 지금 이 순간에는 우리의 선택을 번복할 수 있지만, 이 육신이 죽어 없어지고 나면 더 이상 그런 선택과 변화의 기회는 사라집니다. 죽을 때의 그 모습과 삶의 이력(履歷)을 그대로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역설적으로 부활 이후의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지금 이 순간'을 매우 중요하고 값진 시간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계속 만날 사람' 혹은 관계를 지속해야 하리라 여기는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모습과 '한번 만나면 그것으로 끝'이라 여기는 사람에게 같은 정성과 사랑을 쏟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하는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과 그 정성이 '오늘만 살고 그만둘 것'처럼 삶을 영위하는 사람과 어찌 그 모습이 같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오늘을 '죽음과 이후의 부활'을 위해 준비하는 흐름 안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믿음 안에서 하느님은 '살아계신 분'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있든 죽어서 부활한 영혼의 모습이든' 하느님 앞에서 늘 살아있다는 믿음은 다음의 두 가지 관점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먼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하느님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계십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지금 가지는 만남은 인생에서 딱 한번, 혹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만큼 값진 기회입니다.

 

  이런 우리의 믿음을 이미 하느님 앞에 먼저 불려간 이들의 목소리 속에서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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