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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교회는 오늘과 위령의 달인 11월에 특별히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봉헌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희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도 유익함은 물론이요, 살아있는 우리에게도 축복의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는 것이 어째서 우리에게 축복이 된다는 것일까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동시에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살아가는 것이며, 그 삶은 언젠가 죽음으로 말미암아 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게 마련이고, 죽음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궁금증을 지니게 마련입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 이웃들이 죽음으로 인해 우리의 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볼 때면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죽음이 단순히 우리에게 인생을 무의미한 것으로 체험하게 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언젠가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 받아누리게 되는 생명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삶을 의미있고 보람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주는 것 또한 ‘죽음’입니다. 한편으로 인간의 지혜로는 다 알아들을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절대자이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능력에 의지하고 그분께 귀의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죽음에 대해서 묵상하고,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준비시키는 사람은 지금의 삶에 감사할 줄 알며, 지금이라는 이 시간에 보다 충실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꽃은 결실을 위해 자신의 꽃잎을 떨어뜨려야 하고, 열매는 나무의 재생을 위해 사라져버려야 한다.” 우리도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생이 무상하다고 생각하고 이 삶이 덧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원하심을 신뢰하면서 희망 중에 살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죽음 이후에 우리가 맞이할 영원한 생명의 축복을 생각할 때,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이 일러주신 것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들, 기도하고 희생을 바친다는 것들은 단순히 짐스러운 멍에로 느껴지고 굴레를 뒤집어쓴것처럼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기도와 희생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라는 멍에를 기쁘게 짊어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끝을 아름답게 마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가꾸어나가는 좋은 나무와 꽃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해 묵상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오늘은 인생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생명을 향한 희망을 곱씹으며 용기를 얻게 되는 기쁜 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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