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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 하고 말씀하십니다. 진짜로 믿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그대로 이루어주신다는 말씀이겠죠.

  그러나 우리가 기도할 때에 하느님께 무언가를 청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이루어집니까? 오히려 내가 바라는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냥 하느님을 믿는다고 입으로 말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믿음, 실재(實在)하는 믿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란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전적으로 하느님을 신뢰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선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보상을 하느님께 받으려고 하는데 하느님께서 자기가 바라고 생각하는 만큼의 보상을 주시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하고 악한 일을 한다고 해서 그것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주시기만 하는 분이 하느님이라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창고를 지키고 있다가 물건을 꺼내주는 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은총이나 자비와 같은 가치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종이 주인을 대하듯이 그렇게 하느님을 믿고 섬겨야 참된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복음말씀에 나오는 종은 주인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일을 행한다고 해서 하느님에게 그것에 맞는 즉각적인 보상을 바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언젠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장 적당한 시기에 주신다는 것을 믿고, 선한 일을 행하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악한 사람들에게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좋은 것을 주실 수 있습니다. 선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보다 악한 사람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라면, 예를 들어 죄를 용서하는 은총을 베푸신다면, 그것은 선한 사람이 받아야 할 보상이 될 수도 있지만 악한 사람에게 더욱 필요한 보상이기에 하느님의 사랑으로 더 악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행동한 바가 선한가 악한가에 따라서 그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시고 그대로 갚아주실 수 있는 분도 하느님이시지만, 정말로 하느님이 자비하신 분, 죄인을 용서하시고 품어안아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나도 언젠가는 그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죄를 용서받고 회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하느님께서 언젠가 다른 사람의 공로를 통해서 나에게 은총을 베푸실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하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나라를 약속받았고, 또 그렇게 구원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겠습니까?

 

  상과 벌을 주시는 하느님의 주권, 하느님의 자리를 내어드리는 자세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능력과 그분의 자비하심을 믿고, 그분께 의지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고, 제때에 필요한 것을 마련해주시는 분인가 하는 것을 깨닫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대로 하느님을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의 선한 행적과 공로를 통해서 이 세상의 죄를 용서하시고 구원하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도록 우리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가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의 복음말씀에서 종이 주인에게 건넨 그 말이 곧 우리의 신앙고백이 될 수 있도록 마음에 새기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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