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공동체는 지난 6년간 사용해오던 기존의 장소에서 이전(移轉)한 새 문화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 왔고, 오늘 드디어 그 장소를 축복하며 개원식(開院式)을 갖습니다. 저는 북경으로의 재입국 과정에서 격리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어제에야 비로소 새 문화원을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전에 비하면 많이 협소한 장소(*이전 장소 대비 약 40%의 면적)이고, 교우들의 가정이나 생활권역에서 그리 많이 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조금은 더 거리가 있는 곳에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3년째 미사봉헌이 어려운 상황을 비롯하여 여러모로 재정적 압박이 더해지는 가운데 이루어진 문화원의 이전(移轉)은 우리 공동체의 여의치 못한 사정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기에, 위의 사정과 새 문화원의 외양(外樣)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어제 문화원에 온종일 머물면서 드나드는 교우들, 특히나 새 집에 처음 와보신 분들이 이전에 비하여 훨씬 좋아보인다는 말씀을 나누시는 것을 보며, 소위 ‘오픈빨’만이 아니라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아늑하고 효율적인 공간을 마련하고자 애쓰신 분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 곳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공사 중의 과정들, 행정적인 뒤처리, 기존 공간의 정리와 새 공간의 정돈 등 많은 이들의 수고와 관심 그리고 희생과 희사 등이 함께했기에 이전보다는 더 값지게 이루어낸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정이 빠듯하다 여기니 더 긴장하고 집중하게 되던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행복과 불행에 관한 선언’의 말씀에서 지금 행복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처지의 사람들이 행복하다 - ‘행복할 것이다’가 아닙니다 - 하는 이유를 이렇게 종합하고 있습니다 :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루카 6,23)
무슨 일이나 목표라도 먼 훗날이 아니라 이미 지금부터 체험하고 실현되어 가는 희망, 지금의 아쉬운 처지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아지고 있다는 기쁨이 있다면 힘이 나겠지요. 우리의 신앙생활도 어떤 어려움과 걱정, 해결할 난관이나 두려움 등에 휩싸여 그 힘과 빛이 약해지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기뻐할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 문화원이 그러한 장소가 되도록, 많은 분들을 새 집에서도 만나뵐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첨언) 혹시 새 문화원의 주소를 몰라서 못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주소를 남깁니다 :
北京市 朝阳区 望京, 悠乐汇 (B区) E座 1811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