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올 한 해,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다가오는 새해에도 주님께서 늘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복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특별히 기도하는 날입니다.
성경을 보면 나자렛 성가정에도 인간적 갈등과 고뇌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셉 성인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일 때, 헤로데의 손아귀에서 예수님을 구하기 위한 피난을 떠났을 때, 마리아의 예수님 잉태,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할 때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신뢰하고 순명하며 사랑이 넘쳤습니다. 서로의 다른 모습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지켰습니다. 이것이 성가정의 모범입니다. 즉 성가정은 시련과 고통을 하느님 안에서 잘 이겨낸 가정입니다.
우리는 한 집안 식구끼리도 서로 손해 보는 일, 희생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가 이만큼 했으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느냐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것에서 오늘날 우리 가정의 위기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은 우리 삶의 길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해 나갈 때 우리 가정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서 하느님께서 떠나시면, 우리가 말씀을 멀리하고 소홀히 하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메마르고 삶은 공허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셔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행복의 원천이시며 모든 해답이 거기 있습니다.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면 우리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삶의 목적도 달라집니다. 그래야 생활양식이 바뀌고 갈등도 사라지게 됩니다.
행복한 가정은 그냥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도, 또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주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의 마음으로 감싸 안을 때에 비로소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문병찬 대건안드레아 신부
(2017년 12월 31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