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유배생활을 거치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들의 역사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새롭게 고찰(考察)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유배생활과 같은 절망적인 상황이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당신 백성을 가르치는 채찍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이 우상숭배를 함으로써 당신과의 약속을 깨트리자 하느님께서 유배로 그들을 벌하시는데, 이는 그들을 멸망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금 당신의 백성으로 되돌리시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의 히브리서 말씀에서도 이 사실을 언급합니다 :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히브 12,6).
또한 이스라엘 백성은 유배생활을 통해 하느님 백성의 범주가 넓혀졌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이스라엘은 유배를 통해 세상 곳곳에 퍼져 살게 되는데, 이는 하느님이 세상 곳곳에 전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은 유배를 통해 낯선 땅에 갇혀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시고 세상 모든 이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불러 모으시는 행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서 말씀이 이 사실을 잘 말해 줍니다 : “나는 그들 가운데에 표징을 세우고, 그들 가운데 살아남은 자들을… 뭇 민족들에게 보내고,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내 영광을 본 적도 없는 먼 섬들에 보내리니, 그들은 민족들에게 나의 영광을 알리리라.”(이사 66,19).
오늘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유다인들의 자리를 온 세상 사람들이 대신 차지하게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이사야 예언서와 연관 지어보면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거절한 것은 이사야의 예언, 곧 유다인들의 실패와 좌절을 통해 모든 민족이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함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니 국가공동체의 실패와 멸망을 뜻하던 유배 사건이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정체성의 잣대로 바라볼 때에는 매우 새로운 의미를 지닌 사건이 됩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벌로 인해 유배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유배를 통해 하느님의 계획을 더욱 깊이 있게 깨닫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탓이나 타인과 사회의 악영향 등으로 인해 실망, 좌절, 실패 등의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우리가 겪게 되고 허우적댈 수 있는 이 수렁조차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나를 훈육하기 위한 하느님의 손길과 배려이기도 하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유배생활 중의 이스라엘 민족이 그러했듯, 지금의 이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이루고자 하시는지를 헤아리고자 기도하며 묵상한다면 하느님의 계획에 대해 평소에 알지 못하던 것들을 더 깊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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