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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가 어릴 적에 가끔 어머니 속을 태우는 짓을 하면 어머니께서는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일어나서는 안된다 싶은 일을 겪을 때 참을 수가 없어서 속에서 불이 납니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때도 있죠.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는데, 잊고 있던 따스함이나 그리워하는 것 등을 느낄 때에 말입니다. 이처럼 '불'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탄한 어떤 상태를 깨트리는 무언가’를 뜻하는 듯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12,51)고 말씀하십니다. 본시 평화는 어떤 위협이나 시련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균형과 안정의 상태입니다. 이것을 두고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평화는 다툼이 없고, 서로 위협하지 않으며, 어려움이 없는 것 등을 일컫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평화 곧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 '하느님 나라의 평화'는 좀 다릅니다.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12,50)고 말씀하시며 십자가의 수난을 함께 예고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희생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켜냄으로써 얻게 되는 평화, 큰 시련을 겪음으로써 완성되는 평화를 말씀하십니다.

 

  사실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믿지 않는 이들과 어떤 면에서는 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

더 이상 용서할 가치가 없다 여기는 때에 용서하기 위해 더 참고 노력합니다.

내 삶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을 앞세우고 싶지만 때로는 하느님의 뜻을 더 먼저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덜 내세우게 되기도 합니다.

크게 관심이 없는 세상의 일이나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 일부러 더 관심을 갖고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사회에서 일할 때는 보지 않아도 될 눈치도 교회 안에서 봉사할 때에는 더 많이 봅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삶 가운데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믿지 않는 이들과는 다른 때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이 이루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다르기도 함을 느끼면서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미루어 짐작해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살아가는 가운데, 비록 당신의 십자가의 수난처럼 억울하고 비참하고 고달픈 일을 겪는 가운데서도 깨지지 않는 평화,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평화를 미리 맛보도록 하시고, 그 평화를 체험할 때에 우리의 마음이 뜨거워지도록 성령의 불을 놓으셨습니다.

  그 뜨거운 불 때문일까요, 많은 신앙인들이 착하다거나 점잖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저 그 사람들의 심성이 착하고 인품이 훌륭하거나 온순해서가 아니라, 신앙생활 가운데 얻는 하느님의 새로운 평화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임을 새삼 기억해봅니다.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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