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오늘은 성녀 마르타 기념일이었으나, 올해부터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남매들은 주님의 가까운 친구들이었으며, 누구보다 주님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들임과 동시에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충만히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예루살렘과 가까운 지역인 베타니아에 살았던 것으로 보아, 파스카 축제일을 예루살렘에서 보내는 것을 경건함의 표상으로 여겼던 당시의 관습대로 예수님께서 매년 예루살렘에 가실 때마다 이들의 집을 찾으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그저 인간적인 친분에 그치지 않으며 주님께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음을 교회는 다음의 기도문에서 고백합니다 : “주님, 저희가 외아드님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셨으니 복된 마르타와 마리아와 라자로를 본받아 온갖 덧없는 일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열심히 사랑을 실천하다가 천상에서 영원히 주님을 뵈옵고 기뻐하게 하소서.”(영성체 후 기도)
오늘 전례에 선택할 수 있는 루카복음의 말씀(루카 10,38-42)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에 온전히 집중하는 마리아를 두고서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10,42)고 하십니다. 이 말씀이 상대적으로 주님을 모시는 인간사(人間事)에 골몰한 마르타를 타박하시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과 동반(同伴)하려는 마르타, 마리아, 라자로 남매의 표양 자체를 ‘좋은 몫’이라고 일러주신다고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기 때문에 좀 더 불편하게 살아가기도, 좀 더 이익을 적게 얻기도, 나를 위한 삶에만 집중하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 신앙인들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때로는 하느님을 알고 믿는다는 사실로 인해 수반되기도 하는 ‘편하지 않은 경험’도 겪지만, 그럼에도 이 신앙의 신조에 맞게끔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길이 ‘좋은 몫’임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기념하는 삼남매의 성인성녀를 교회가 기념하고 경축하는 참 의미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도 좋은 몫을 선택했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고 잘 간직하며 살아내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