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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의 복음 말씀은 익히 잘 알려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인 이 비유 이야기를 통해, 나를 위주로 한 좁은 범주의 이웃을 넘어, 고통받는 이들,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 이웃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웃이 되어줄 수 있도록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있습니다. 

사제는 직무를 통해서, 레위인은 혈통(사회적 관계)을 통해서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중개자 역할을 하며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 종교적이고 거룩한 관계를 맺는다 하여도 그것이 형식적인 관계에 그친다면 참된 이웃이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과 삶 속에는 사랑이 메말라 있다거나,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드러내는 것을 일(업무)로만 해내는 기계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참된 이웃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 또한 당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만을 찾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분께서 짊어지신 십자가는 하느님의 용서와 구원이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 복음의 이야기 속 사마리아 사람은 - 그가 비록 지역적, 태생적 이유로 유대인과 원수같은 사이였음에도 - 민족과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관계를 초월한 호의와 사랑을 베풉니다. 이것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며, 우리 신앙인 곧 ‘하느님의 사람의 범주에 속한 사람’이 하느님과 서로를 대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사마리아 사람이 응급처치 과정에서 상처의 소독을 위해 포도주를 붓는데, 그가 지니고 있던 포도주는 장기간을 여행하는 이에게는 꼭 필요한 식수, 곧 생명수였습니다. 당시에는 수질이 좋지 않아, 포도주에 물을 희석하여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요. 또한 그는 다친 사람을 자기 노새에 태웠다고 했는데, 자신은 그 노새를 끌고 걸어갔다는 말이겠죠. 이렇듯 스스로 그 고통을 나눠지는 모습으로 다친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마치 ‘자기 가족이나 친구’ - 누구나 비교적 쉽게 자기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 - 을 대하듯 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참된 이웃이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사람의 범주는 상당히 한정됩니다. 이웃이 될 수 있을 법 하더라도 정작 내 마음 속에서나 실제 삶 속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진정한 이웃'이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선을 그어 재단해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크다고 믿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에서, 이러한 '이웃의 범주’를 초월하는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과 구원의 은총이 어떤 자격과 조건도 모두 초월하는 것임을 믿고 느낀다는 표시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이끌어내었던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 봅니다 :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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