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 17장은 소위 ‘대사제의 기도’라고 일컫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구약시대에 대사제가 모든 이스라엘 민족, 곧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대(大)속죄의 날’ - 히브리어로 ‘욤 키푸르’ - 에 바치는 기도를 예수님의 정체성과 상황에 투영하여 각색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대사제의 기도 중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이 ‘하나됨’의 본질은 ‘화해’입니다. 구약시대의 대속죄의 날은 모든 백성이 자신의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특별히 참회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하느님을 저버리고 제 잇속과 욕망에 휩쓸려 하느님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본디 모습조차 잃어버린 시간들을 하느님 앞에 온전히 내어놓고, 오늘을 다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담아내는 기도가 이 날, 대사제를 중심으로 모든 이가 바치는 ‘하나됨’의 기도였습니다.
요한 복음은 그 ‘하나됨’을 이루기 위한 근원적 힘을 ‘사랑’으로 제시합니다.(1코린 13장; 1요한 4장 참조) 규칙이나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사랑하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거래’입니다. 그런 조건이 없이도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우리 또한 ‘아버지와 예수님께서 하나이시듯’(17,22 참조)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룰 수 있고, 어떤 난관과 갈등 속에서도 화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肢體)임을 확인하는 일, 그 과업(課業)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9일간의 특별한 기도를 이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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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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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됨의 본질은 '화해'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