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의 시작은 ‘하느님께서는 태초부터 계셨던 영원한 말씀이며, 그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라는 웅장한 연설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의 마지막 부분인 21장의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요한 21,5)라고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권위와 위엄으로만 대하신 것은 아니지만, 사실 위와 같은 호칭은 마치 부모가 어린 자녀들을 대할 때, 혹은 아주 친근한 사이에서만 쓰는 호칭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대하시는 사랑이 어떤 모습인가를 드러내 줍니다. 더군다나 그 예수님은 이미 죽었다가 부활하신 분입니다. 제자들이 쉽게 만나거나 알아뵙지 못하던 분 말입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대하시는 이 태도, 또한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면서도 자연스레 그 사랑에 젖어들어 있었고, 이미 그 사랑을 받아보았던 제자들을 모습도 오늘 함께 식사하는 등의 장면에서 볼 수 있네요.
혹시 하느님은 멀다고 느끼거나, 두렵고 어렵고 무서운 분이라고만 생각될 때가 있는지요? 하느님의 신비의 심오함을 설명하고자 했던 요한복음사가조차도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사랑을 오늘 복음말씀에 나오는 모습처럼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하느님의 모습을 다 느끼고 체험할 수 있을 때에, 우리도 하느님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우리를 두고도 ‘얘들아’ 하고 다정하게 부르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또 전하며 살아가는 부활시기의 모습을 그려보며 기도의 지향으로 삼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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