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는 38년이나 누워서 지내던 병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을 믿지 않으려 드는 유대인들을 두고서 하시는 말씀이 나옵니다 :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받지 않는다.”(요한 5,39-41)
우리 교우들 중에서도 기회가 닿는다면 성경을 같이 읽거나 공부해 보고자 하는 열의를 지니신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고무적이라고 느끼곤 했습니다. 또한 허투루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그 뜻을 잘 헤아리고 깊이있게 알아듣고자 노력하며 기도하시는 분들도 계심을 봅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 가운데에 더욱 많아지고, 또 그런 원의(原意)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런데 복음의 유대인들이 그러했듯, 성경을 읽거나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자체는 우리의 구원에 있어 근본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성경을 읽는 이유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잘 알아볼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고, 이를 생각과 말과 행위 중에 수용하는 단계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성경은 읽고 싶은데 기도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의 태도처럼, ‘영원한 생명에 대한 지적 탐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나만의 비법과 기준’을 찾기 위하여 성경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예수님께 비판받는 유대인들의 형식주의와 흡사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자 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기준이 친숙하고 친밀해지는 것,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사람간의 관계로 비유하자면 그분의 뜻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매한가지로 예수님을 닮아가고 있는 또다른 이웃을 통해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체험하며 생기와 기쁨을 얻게 됩니다.
내 기준을 세우고 점검하는 데에만 골몰하여 성경을 읽거나 기도한다면 이는 ‘자기 만족’에만 빠져 하느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신앙인의 도리나 노력 가운데 ‘하느님의 기준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의 부족함이 있다면 이점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사순시기의 참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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