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사순 제4주일(루카 15,1-3.11ㄴ-32)

  오늘 복음에 나오는 비유말씀은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비유'라고 부릅니다. 이 이야기에서, 방탕하고 어리석었던 작은아들이 돌아왔을 때에 아버지는 타인들과는 다른 시각과 마음가짐으로 그를 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아들이 어떤 몹쓸 짓을 하였고, 지금의 초라한 모습이 이전의 죄과(罪過)를 증명해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바라보았을 다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아버지의 생각은 마치 “네가 아무리 잘못해도 '나를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있다면' 너는 내 아들이다.” 라고 말하는 듯 보입니다. 사실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유산을 미리 나누어받아서 그 품을 떠난다는 것은 더이상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수에게나 할 법한 행동을 했던 작은 아들, 그러나 그 아들과 원수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대비된다 할 수 있습니다.

  용서하시고 다시금 만회할 기회를 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인하여 철모르던 아들이 진짜로 아버지를 인정하고 그분께 의지하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여준 기다림이란 끊임없이 용서하고, 자비로이 바라보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의 한 모습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이 세상을 그렇게 사랑하셔서 사람이 죄에서 벗어나 하느님께로 돌아갈 기회를 주시는 분이기에, 심지어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까지 십자가 위에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우리에게 하늘나라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 희생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느끼는 것은 마치 복음말씀의 작은아들이 지금껏 외면하거나 무심했더라도 떠올리며 희망을 걸었던 '아버지의 자비와 포용'이 필요한 사람임을 자각하고 인정할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언제든 죄인일 수 있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며,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이점에서 예외는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그러한 자비하심을 죄인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친구가 되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발견하듯, 우리도 그러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닮기 위해 지금 사순시기의 여러 가지 희생을 실천합니다. 이 희생은 자신의 변화와 성숙만을 위한 극기와 희생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서로에게 자비심을 보이고 화해와 용서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에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애써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박에 하느님을 알아 뵙고 그 말씀과 뜻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하느님께서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주셨기에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사랑을 알 수 있게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느끼고 감사드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더욱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주간을 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