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바다의 별, 우리의 어머니, 천상의 모후, 정의의 어머니’ 등의 다양한 호칭으로 존경을 받으십니다. 그러나 정작 성모님의 생애는 ‘고통의 바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후조리가 막 끝나자마자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성전에 봉헌하러 갔을 때 시메온이라는 한 노인으로부터 가슴이 찢어지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만 했습니다. 종교적 관습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갔다가 열 두 살밖에 안 된 어린 아들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장성한 아들이 무언가 좀 잘 해 보려나 했더니 미쳤다는 소문도 듣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들이 십자가를 지고 거기에 못박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했고 때로는 그 섭리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그 모든 순간에 예수님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였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정확히 9개월을 거스른, 인간적인 셈법에서 마련된 오늘의 축일을 지내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 ‘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하느님께서는 다 계획하여 두시는구나!“
성모님은 이 진리를 잘 알아들으셨고, 또 그러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셨던 분인 듯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성모님의 그러한 마음을 본받고자 더욱 자극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마음, 자신의 고통보다는 사도들을 추스르고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성모님처럼 해야 할 일을 분별하여, 얽매이거나 짓눌리지 않고서 진정으로 나의 원의(原意)와 자유로운 선택으로 하느님의 섭리와 계획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배우고 닮아야 할 성모님의 마음을 삼종기도에 나오는 다음의 기도문에서 찾아보고 묵상해 봅시다 :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