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비유말씀에 등장하는 소작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은망덕한 것도 모자라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을지 모를 포도밭 주인의 아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들 스스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죄책감을 느꼈을까요? 오히려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착취를 당했기에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요? 비단 나 자신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꼭 폭력적인 면을 들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도, 어느 경우에 우리는 ‘팔이 안으로 굽듯’ 생각하는 자기합리화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죄악상(罪惡相)이 ‘폭력과 살인’이라면 자신의 잘못이나 악함으로 인한 모든 폭력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지내왔습니까?
이에 반해 예수님께서는 그런 적대자들의 살해위협과 심지어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사랑으로 대하셨습니다. 포도밭 주인이 소작인들을 몰아낼 권한과 그들을 처벌할 힘을 지녔을 것임에도, 수하(手下)나 자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그들을 보낸 것은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겠습니까?
우리가 사순시기를 ‘회개의 때’로 보내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회개하도록 기회를 주시고 독려하시는 이 전례적, 신앙적 흐름 안에서 여전히 우리의 죄를 묻기보다 당신과 화해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읽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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