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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미리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데 제배대오의 두 아들과 어머니가 와서는 주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합니다. 이 말에 다른 제자들이 두 형제를 두고 불쾌하게 여깁니다. 자기들 역시 그 자리에 앉고 싶었기 때문이겠지요. 제자들의 이런 속마음을 모두 알아채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

 

  높은 자리, 영광스러운 자리를 혼자 누릴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함께 그 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윗자리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내가 종이 된다는 마음으로 섬기는 사람이 될 때, 그 영광의 자리를 함께 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 가까이서 그 예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봉사하는 직분에 귀천이 없습니다만, 더 중요하거나 사회적인 기준에 빗대어 보면 소위 ‘높은 자리’라고 하는 봉사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목위원이라던가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분들이 더 궂은 일을 많이 합니다. 다만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그런 궂은 일을 도맡고 서로 분담하면서 공동체 내의 더 많은 이들이 필요한 자리에 함께하도록 돕습니다. 좀 더 보람있고 제대로 된 봉사를 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이지만 실제로 그 일하는 모습은 ‘높은 자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것이 때로는 기운빠지는 일일 수 있습니다. 큰 맘 먹고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쏟는 데에 반해, 내가 수고하는 일이 보잘 것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더 의미있는 일, 더 큰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더 큰 일’이란 일의 가치나 중요도, 성과 등이라기보다는 그 일과 수고를 통해 혜택을 보고 도움을 받는 이들의 볼륨(Volume)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한" 수고와 봉사가 사실 ‘더 높은 직분’, ‘더 큰 일’의 기준이자 핵심이라고 봐야겠지요. 이 점에서는 본당신부인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혼자만의 영광,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에게 함께하는 영광, 함께하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선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또 실천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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