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사순 제1주일(루카 4,1-13)

  사순 제1주일인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을 이끄는 두 가지 세력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첫째로 예수님은 “성령에 이끌려”(루카 4,1) 광야로 가십니다. 둘째로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4,5), “예루살렘으로”(4,9) 데리고 간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최근 며칠간 혹은 지난 시간 가운데 나를 이끄는 힘이 있다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복음에도 나오는 유혹(誘惑)은 좋지 않은 길로 ‘이끄는 것(작용)’입니다. 살면서 유혹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 더 나은 길로 가지 못하게 하고, 방향을 잘못 잡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유혹입니다. 그래서 유혹이라 하면 아주 잘못되고 악한 선택을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우리를 ‘성령의 이끌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유혹은 아주 나빠 보이는 것이 아닐 때도 많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처럼 먹고 사는 문제, 성공과 명예의 문제, 교묘하게 사람을 현혹하기도 하는 언사(言辭)와 술수(術數) 등은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과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타협을 하거나, 목표의 성취를 위해 질끈 눈을 감기도 하며, 내실(內實)을 다지기보다는 겉치장에 치중하고 싶어집니다.

  성경은 ‘유혹’을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 욕구만을 충족시키려는 충동’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충동에 가장 크게 흔들릴 때의 모습을 보아도 “하실 수만 있으면 그 시간이 당신을 지켜 가게 해 주십시고 기도하시며 ……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마르 14,35-36)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기도하시며 이 강한 충동을 이겨낸 다음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마르 14,38) 라고 하십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며 유혹의 이끌림을 단호하게 물리치기 위하여 기도가 필요함을 몸소 보여주십니다.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데, 마음처럼 우리의 행동과 습관은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기도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여 조금 시도하다가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바로잡고 되돌려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려는 ‘회개의 마음가짐’이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면 혹시 이 부족한 기도, 갖은 유혹을 식별할 수 있도록 우리를 지켜주고 거룩함에로 이끌어줄 이 기도로 무장하는 것부터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순시기의 시작에 즈음하여,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교우들이 기도에 힘입어 성령의 이끄심을 잘 따름으로써 ‘하느님께 더욱 사랑받는 자녀로 거듭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