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마르 8,34-9,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시면서 당신을 따르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를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나의 신조, 나의 의지를 죽이고 예수님의 의지대로 사는 것(갈라 2,19–20 참조)을 말합니다.

   ‘제 십자가’(마르 8,34) 란 먼저 ‘자신의 본성적인 약함 또는 이로 말미암은 허물’을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복음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더구나 예수님과 사도들의 시대에는 죄인으로 고발되어 십자가형을 받아 죽을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제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믿음으로 그 의미를 알아듣고 응답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셨던 순간으로, 우리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기도하며 번민하셨던 예수님의 모습(마르 14,32–42)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도 단순히 ‘내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찾고 해석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때로는 십자가가 무엇인지 식별해 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짊어질 것인지 말지를 고민만 하다가 끝나버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알아듣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그로 말미암은 나의 고통, 고뇌, 피하고 싶은 마음 등을 하느님께 탄원하는 기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때로 고통 중에 하느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을 고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것이 인간적인 불평을 넘어서 하느님밖에 알아주실 분이 없음을 인정하는 고백이 될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 번민하셨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자신의 십자가, 구원의 십자가’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깨닫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두려움을 모두 당신께 내어맡길 때에 비로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힘을 주시어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도록 도와주십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힘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없어지고 하느님의 의지가 나를 움직여 하느님을 섬기는 삶을 살게 됨으로써 ‘제 십자가’를 제대로 짊어지는 신앙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