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야고 1,19-27; 마르 8,22-2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 인해 다시 보게 된 이의 행동의 추이를 가만히 따라가봅니다.

  먼저 ‘사람들이 그를 예수님께 데려다줍니다. 예수님께서 그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시고,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손을 얹으시기’까지(마르 8,22-23) 그는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시키느대로 합니다.

  그러다가 “무엇이 보이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그가 스스로 첫 행동을 하는데, “앞을 쳐다보며” 대답한 것(8,24)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완전히 치유해주었는지 확인한 후 혹은 그에 대한 확답이나 설명을 듣고서가 아니라 ‘보이느냐’고 물으시니 (보이든 보이지 않든) 보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겠죠.

  비록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예수님께 왔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앞못보는 그가 예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평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그런 도움도 얻을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눈을 뜨게 해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예수님의 질문에도 성실하게 응답하고 반응함으로써 자신이 할 몫을 다하는 것이 이 눈먼 이의 모습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복음의 끝에 예수님께서는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8,26)고 말씀하시는 데에 눈을 뜨게 된 이가 어떻게 했다는 서술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랐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독서의 야고보서 말씀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야고 1,22.27)

  ‘내가 눈을 뜰 수 있느냐?’, ‘지금껏 앞 못 보는 고통을 겪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이 고통을 벗겨주실 수 있느냐?’는 물음과 소망에 대한 해답만을 간절히 원할 법한 복음 속의 눈먼 이가 예수님의 질문에 즉각 반응하며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 자신에게 해보라 하신 일을 시도하는 ‘앞을 쳐다보는’(8,24) 모습이 ‘들은 바를 실행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믿음을 보이는 신앙인’의 표상이 아닐까요?

  우리도 오늘 어떤 말씀을 듣거나 그 뜻을 실행에 옮길 때가 찾아온다면 이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믿음을 하느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