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씀은 ‘깨닫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마르 7,14)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7,18)
깨닫는다는 행위는 수동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내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보거나 체험한 후 이에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지혜나 확신 등을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경우에 - 신앙생활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잘 모른다’고 하는 말이 경험의 부족이나 지식의 부족이 아닌, ‘깨달음의 부족’을 뜻하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이라고 하는데, 성경의 메시지나 뜻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통해 보여주신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또 본받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우리들의 깨달음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곧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는 말씀이 오늘 우리를 향해 안타까워하며 하시는 말씀과 같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깨달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의 뜻을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깨달음’은 분명 경험에서 오고, 모종(某種)의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깨닫지 못했던 때와 비교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해 좀 더 분명히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말씀의 의미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울러 그분께서 깨달음을 허락하셨다면 실천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실천이란 성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단지 깨달은 대로 살고자 하는 노력을 뜻합니다.
복음적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결국 예수님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최선을 다해 실천하고자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