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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게 남동생이 하나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혼자서도 신앙생활을 나름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만, 한창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등으로 바쁜 시절에 신앙생활과 특히 고해성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 “나도 성당을 가고는 싶지만 매주 잘 나간다는 자신은 없다. 또 주일을 거를 수 있는데다 계속 잘 나가겠다고 약속도 못할 건데, 굳이 지금 꼭 그렇게 가야 할까? 나중에 잘 나갈 수 있을 때 가면 안될까?”

  하느님의 시선으로 생각해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되레 걱정도 많은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지 않겠나 합니다.

 

  우리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교회의 여러 가지 요구가 때로는 현실감없는 요구로 느껴지고,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절감하게 할 뿐이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뜩이나 고백성사가 부담스럽고 어려운데 고해성사를 때때로 받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백성사의 은총이 있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고백성사때에 맨날 같은 고백을 하고 있고, 또 생각해보면 고백성사를 받는다 한들 같은 고백거리를 반복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달라질 수 없다면 굳이 고백성사는 보아서 무엇하나 싶은 생각도 있겠죠? 매일 기도하라고 하지만, 기도한다고 한들 생활 속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기도는 꼭 꾸준히 해야 하나 싶죠? 양심을 지키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윤리적인 삶을 살 마음은 있지만, 세상의 통념은 그 가르침과 너무도 다르기에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다 지키려다 보면 까딱하면 밥굶기 딱 좋은데 어떡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가질 만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이대로 더욱 신앙인다워지기를 포기할 것입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는 어부입니다. 고기잡이에 있어서는 전문가죠. 복음의 이야기에서 전문가 베드로가 이전의 갖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며 노력했지만 고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못한 결과와 스스로에게 낙담하며 배를 돌려 왔겠죠. 그런데 고기잡이에 대해 쥐뿔도 모를 것 같은 샌님 예수님이 자기더러 고기를 던지라고 하시니, 자존심도 더 상하고 화도 날 법 합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물을 던집니다. 이것은 순전히 예수라는 분에 대한 믿음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방금 고기를 잡지 못한 곳에서 다시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하나의 극단적인 대비입니다. 사람이 부딪쳐 넘지 못할 한계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더욱 크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라는 극한의 고통과 허무함 속에서 부활이라는 새차원의 영광과 기쁨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은총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것은 바로 믿음입니다. 베드로는 바로 이 믿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말씀하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그물을 내렸고, 그 결과도 바뀌었습니다.

 

  자녀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교육이 안 된다고 포기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자식교육에 힘쓰면 자녀의 살아가는 모습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죠. 믿음은 그렇게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노력을 통해 드러나고 성장합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그 계명이 단지 하느님의 뜻이며 말씀이기에 그대로 살아보려는 우리의 믿음은 오늘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서 드러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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