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公生活) 초기, 팔레스타인 지역의 북쪽 끝자락인 갈릴래아 지역에서의 전도활동 중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예수님은 시쳇말로 ‘Hot한’ 분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열광하는 군중의 모습을 복음은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큰 무리’가 몰려옵니다. 예루살렘과 이두매아(남부지방), 요르단 건너편(동부지방) 등 먼 곳으로부터 티로와 시돈처럼 갈릴래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지만 이방인들의 지역에 이르기까지 사방팔방 어디서든 많은 이들이 떼로 몰려옵니다.(3,8 참조)
게다가 그 군중들은 예수님을 찾으면 ‘밀려들었다’(10절)고 합니다.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10절),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11절) 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즉각적이고 맹목적이며 저돌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말그대로 열광적이며 흥분의 도가니입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처는 냉정하고 신중합니다.
군중이 당신을 밀쳐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룻배 한 척을 마련(9절)하라고 하여 ‘거리두기’를 하십니다.
병을 치유받거나 악령의 시달림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환호하고 소리지르며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하지 말라고 이르십니다.(12절 참조)
이처럼 복음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징표’ 곧 기적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연결되는 예수님과 군중 사이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조절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예수님의 이 대처는 이미 ‘제자들’ 혹은 ‘치유받은 이들’ 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9절, 12절 참조)
이 얼굴 없는 이들의 존재가치와 역할을 떠올려보며, 봉사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대가없이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가’라는 것만이 봉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징표를 보여주시는 현장에 같이 머물면서도 예수님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그 은총이 사람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일러주시는’ 대로 실행한다는 것이 봉사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사목자로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사람들이 많이 원하고 요청하는 것에는 선뜻 화답하지 않거나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관심이 없거나 요구하지 않는 것들에 마음을 쓰고 일하게 되는 것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있어야 ‘예수님께 열광하는 군중’들이 예수님과 적절한 만남과 은총의 수혜를 잘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며 공동체를 위해 수고해주는 분들이 우리 공동체에도 적잖이 있으며, 그것이 교우들의 신앙생활에 피부로 느낄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공로(功勞)가 기울여지고 있음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의 뜻이 그분이 원하시는대로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동참하는 ‘얼굴없는 제자들’ 같은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