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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뒤,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 벳사이다로 먼저 가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제자들을 재촉하시어”(마르 6,45) 떠나게 했을까요? 그것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입니다.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통해 예수님과 제자들은 갑자기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하느님 나라의 주인은 ‘섬기러 온 사람’인데 자칫 예수님의 공동체에 속한 이들의 위치가 봉사하는 자리가 아닌 떠받듦을 받는 자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그러니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의 구성원입니다. 성직자이든, 수도자이든, 봉사자이든 누구나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결코 아닙니다. 때로는 이 단순한 사실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좀 더 세심하게 교우들을 아끼고 돌본다’는 마음과 노력이 마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세와 닮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에서 멈출 줄 알아야 공동체를 두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배려하고 섬기는 것이 되는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 제자들을 먼저 보내시고 예수님께서 몸소 본을 보여주신 것처럼,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그들과 작별하신 뒤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가셨다’(마르 6,45-46)는 이 모습이 부족하지는 않은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기도하는 것은 일종의 도피가 아닙니다.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또한 그 기도는 예수님을 지켜주시는 힘, 곧 성령과 함께함을 의식하고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이런 기도는 하느님의 뜻과 올바른 기준을 헤아리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이 모범으로부터 오늘도 기도해야 할 이유를 찾고 배울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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