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세례자 요한의 잉태 소식을 듣고는 자신과 엘리사벳이 나이가 많다면서 하느님의 일에 대한 의심을 품었고, 그 결과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지 못한 커다란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실수의 결과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아들의 할례예식 중에 이름을 짓는 명명식을 하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글 쓰는 판에 적으면서 하느님께 대한 순명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자신이 했던 실수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과 하느님의 사랑을 간직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또 불순종의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틀려먹었어. 이 죄인이 어떻게 감히 용서받을 수 있겠어?’ 등의 생각들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지금 당장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겠는 행동을 보이면 되는 것입니다.
성탄대축일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제안할 때, 적잖은 교우들께서 고해와 사죄 이후에 자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어서 고해하는 것에 더욱 부담을 느끼거나 때로는 고해하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사거행이 어려운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더 고해성사의 은총 혹은 필요성에 소극적으로 응답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과 고민이 복음 속 즈카르야가 비쳤던 불순종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즈카르야가 그러했듯, 우리도 그저 하느님께서 제시하시는 방법을 따르는 행동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보이면 됩니다. 이것이 우리 가운데 강생(降生)하시는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할 맞갖은 자세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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