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성사와 그에 관한 교회의 규정들
세례성사를 받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혼인은 성사가 됩니다. 따라서 이들의 혼인 생활은 성사 생활입니다. 두 신자의 혼인이 교회에서 인정하는 유효하고 합법적인 성사가 되려면, 성직자와 2명 이상의 증인들 앞에서 자유로이 혼인 합의를 표명해야 합니다.
혼인성사에 대한 가르침은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한 몸을 이루게 하셨고, 그들에게 자녀를 낳아 번성하라고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창세 1,27-28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혼인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인 일부일처제(혼인의 단일성)에 있으며,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는 죽음 외에는 결코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가르치셨습니다.(마르 10,2-9 참조)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당신을 희생하셨듯이 부부는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서로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에페 5,25-33 참조)
교회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나 특성을 바탕으로 혼인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정을 보호하고자 혼인법을 정해 놓았습니다. 신자가 교회의 혼인 예식을 따르지 않고 혼인하거나 교회의 허락(관면) 없이 비신자 또는 타종교인과 혼인을 한다면, 교회법상 혼인 장애(조당)에 놓이게 됩니다. 혼인 장애의 상태에 놓인 이들은 성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비신자와 혼인하려는 신자는 혼인한 다음에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고, 태어날 자녀에게 천주교 신앙을 교육시키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이때 비신자 역시 신자인 배우자의 신앙생활과 자녀의 신앙교육을 받아들인다는 서약을 합니다. 그럼, 세례를 받기 전에 한 혼인은 어떨까요? 교회는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된 혼인도 사랑과 상호 합의로 이루어졌다면 참된 혼인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신자가 되기 전에 합법적으로 혼인한 부부가 세례성사를 받는다면 그들의 혼인 생활도 그리스도와 교회의 단일한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혼인 예식을 거행하지 않아도 세례와 동시에 그들의 혼인은 성사의 품위를 갖춘 혼인성사 생활이 됩니다. 혼인 예정자는 적어도 혼인하기 1개월 전에 본당 신부와 의논하여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리교육을 받고 혼인 면담을 해야 합니다. 교회는 혼인성사에 합당한 내적, 영적 준비에 우선적으로 주력하고 외적, 물질적 준비는 절도 있게 하기를 권고합니다.
-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