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잠시 상하이에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4년여만에 다시 가 본 상하이 도심지역은 늘 그대로인가 싶기도 했지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면모가 달라져 낮설기조차 한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북경에서 우리 교우들이 많이 거주하시는 왕징 지역도 몇 년 전과는 그 모습이 확연히 달라져 있기도 하죠. 허허벌판에 마천루가 들어서 있는가 하면, 자그마한 집들이 사라지고 높은 건물이 뼈대를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금방 지어서 깨끗하고 웅장해 보이던 새 아파트가 몇 년만 지나면 낡아보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유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아보이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소위 구닥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하는 것, 세상의 것은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세상 끝날까지 없어지지 않고 늘 곁에 우뚝 서 있을 것만 같은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감추게 될 날이 올 것임을 말씀하시는 것도 진짜로 영원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입니다.
모든 이가 세상 끝날이 온다면 그날에 구원받기를 바라겠습니다만, 그날이 언제 올 것이며 어떤 일이 일어나서 그날이 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기 일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질문을 던지는 유대인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엇이 있고 없는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날에 구원받는다는 것은 그순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살기 때문에 살아가기에 필요한 것들은 꼭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 파묻혀서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채 살아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을 하든, 봉사를 하든, 기도를 하든 그 모든 것이 하느님과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것들을 추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 되도록 끊임없이 힘쓰는 것이 그날을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간인 이번 한주를 '성서주간'으로 보냅니다. 생겼다가도 언젠가는 없어지고 말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겨 영원한 것을 찾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