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사람은 공동의 운명에 놓이게 되면 서로를 구별짓기보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열 명의 나병환자들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유대인인가 혹은 사마리아 사람인가 하는 구별은 필요치 않아 보입니다. 그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처지를 함께 아파하면서, 예수님 앞에서 그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청할 동료로서의 모습을 보입니다. 평소 그들은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들을 그렇게나 비하하는 문화 속에서 평생을 살아왔을 텐데도 말입니다.
우리들도 서로간에 '하느님 앞에서 다 같은 죄인이며 그분의 자비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을 때에, 타인을 멸시하거나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기며 함께하기를 힘들어하지 않고, 서로를 용서하며 함께 손을 잡아 줄 수 있으며,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 줄 수 있는 형제애를 발휘할 수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러했듯, 우리가 힘겨울 때에 주님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할 때에 다른 이를 위해서도 같은 마음으로 청할 줄 안다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할 줄 앎으로써, 죄악이나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진정한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