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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가끔 이런 경험을 하거나 혹은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앞에 사람을 앉혀두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그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함께있는 사람들은 모두 웃고 함께 즐기는데, 나만 혼자 고민이 있거나 다른 것으로 인해 계속 신경이 쓰이면 함께 즐기지 못합니다. 이처럼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내 맘이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기에 보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마음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담기가 어려운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에서도, 자신을 좋아하고 아껴주는 누군가와 함께있다가 주인공이 갑자기 뛰쳐나가는 류의 장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는 무엇 때문에 그 자리를 벗어날까요? 지금 나와 함께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두고서는 어떠합니까? 내 맘속에 다른것이 들어차 있으면 하느님도 내 마음 안에 머무르실 수 없을 때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을 내 마음과 생각과 삶 속에 담고 살아가려면 다른 무엇이 들어차 있어서는 안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체험하고 싶다면, 내 마음에 다른 것을 담아두어서는 안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야 예수님이 어찌 내 마음을 사로잡으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기도할 때에, 내 마음에 무언가를 가득히 담고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 고민,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기도의 이유와 지향은 기도하는 자리로 우리의 손을 잡아 끌기도 합니다만, 그것들만이 마음 속에 가득하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멀리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분이 내 마음 안에 함께 계신다고 느낄수가 없습니다. 이때에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무엇을 얻어내야 할 ‘꼭꼭 숨어계신 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하느님이 지금 우리와 함께 계셔서 말씀을 건네시고, 위로를 주시고,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셔도, 마음이 다른데 가 있어 언제라도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갈 사람처럼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가 실행해야 할 하느님의 뜻을 품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아야 할 때는 하느님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이 진리를 잘 되새겨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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