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교주일이며, 세상 모든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하여 모든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특별히 기도합니다. ‘세상 끝까지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전교의 사명이 지니는 ‘바깥으로의 파견’을 통해,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이기적인 장벽을 헐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선교 사명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 공동체에서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 팀’, ‘우리 단체’ 등에만 집중하며 좁은 울타리에 시야와 마음이 갇힌 듯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있음을 봅니다. 기초공동체의 내실을 다지는 차원이라면 다행이겠으나, 그 이상으로 시야를 넓히고 관계를 확장하며 복음을 내 마음이나 삶 속에 담아두려는 - 내향적(內向的) 노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 모습이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사목자로서 저 자신을 놓고 생각해봐도, 우리 교우들, 어떤 공동체 안의 단체나 구성원들과의 관계유지 혹은 그 내부의 필요성에만 골몰하며 살아가는 ‘내향적 태도’에 갇혀 있을 때가 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일상의 삶을 참으로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한 그분을 어떤 순간이나 모임 안에서만이 아니라 매순간 나의 삶 속에서 ‘주님’으로 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그 영역의 한계란 사실 없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복음 선포의 사명을 실천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복음을 살아야 할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이 기쁨의 원천이 된다는 구체적인 확신 없이 과연 복음을 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을뿐더러 고통스럽기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는 약속으로 확신을 갖도록 우리의 마음을 북돋워 주십니다.
복음의 가치를 살아가며 또한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야 할 우리 신앙인들이 그 삶 안에서 참된 기쁨을 맛보는 그만큼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단순한 진리에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에,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이 말씀이 희망과 격려의 말씀으로 들려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