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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44)

 

  ‘섬기다’는 말은 ‘받들어 모시다’라는 뜻과 함께 ‘힘써 거들어 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섬김’의 뜻을 새겨볼 때, ‘섬김’의 반대말은 타인을 받들어 존중하지 않고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으로 대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어려움이나 난처한 지경에 놓인 타인이 도움을 청할 때에 거들어주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직적인 상,하 관계에서 타인에게 군림하는 것도 ‘올바른 섬김’에 위배되지만, ‘위력을 통한 압박’에 힘의 논리로 굴복하는 것 또한 이런 ‘섬김의 자세’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겸양(謙讓)의 덕을 보이는 것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생각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드높이는 행위도 자신을 위한 필요성에 기인한 행동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과 나 사이의 힘의 논리나, 한 순간의 ‘섬김의 표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해타산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서로를 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전에 지냈던 두어 군데의 본당에 처음으로 갈 때, 가졌던 결심과 포부가 ‘교우들에게 존경받는 신부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제일성(第一聲)으로 교우들에게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생각에 대해서는 여전히 후회가 없으나, 그런 말을 했던 제 자신의 생각이 덜 여물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누군가의 존경심은 제가 어떤 능력이나 노력으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그런 표양을 보이면 언젠가는 그 뜻과 표양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본받고자 함으로써 자연스레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임을 뒤늦게 알았던 탓이 큽니다.

 

  내가 남을 받들거나 섬기는 모습을 보여도 그로 인해 내가 작아지거나 가치없는 존재가 아님을 알 때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은 더욱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됩니다. 자신의 꿈이나 목표, 스스로의 성장이나 맺고자 하는 열매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서로를 섬기며 살아갈 만큼 우리 각자에게 이미 그만한 능력을 주셨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욕 먹지 않기 위해 섬기는 척, 위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섬기는 척, 인정받기 위해 섬기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섬길 줄 아는 마음을 십자가에 희생되시기까지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죄인들을 위해 헌신하신 예수님의 사랑에서 배울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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