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 가운데 우리에게 해당될 수 있다 여겨지는 일부분입니다 :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루카 11,52)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예비신자들과 교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비신자들과 만날 때에는 기존의 교우들과 만날 때나 아이들을 만날 때와는 또다른 마음가짐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교리시간에는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들 앞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저의 '확신에 찬 모습'을 전해야 함을 생각하며 동시에 스스로의 믿음에 대하여 돌아보고 언행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마음먹곤 합니다.
사실 새로 입교한 사람들을 반기고 그들을 따뜻이 돌보아주며, 신앙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임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신앙의 교사이며 교리교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리의 가르침, 신앙의 진리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예비신자들이나 갓 세례받은 이들, 혹은 우리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지, 그 힘과 책임을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고서 살아가는 수도 있습니다.
‘저 사람이 예비신자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면서 우리 마음 안에서 신앙의 싹을 틔우던 시절의 순수한 마음처럼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남들도 못 들어가게 열쇠를 치워버린’ 문지기와도 같다는 주님의 책망을 들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공동체에서 오랜만에 새롭게 세례를 받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누가 인도하였는가 혹은 내가 잘 아는 지인이 있는가에 상관없이, 주님의 식탁에 함께 앉아 생명의 빵을 나누어먹을 한식구가 될 이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기도로 성원을 보내주시고,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계명을 먼저 배우고 알게 된 우리들에게 주어진 몫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