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이야기에서는 십일조(十一條)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기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십분의 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데....’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죠. 만약 여러분께 ‘이제부터 교무금으로 십일조를 무조건 내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수긍하거나 지키기가 어렵고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사실 십일조의 정신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하느님을 위하고 동시에 우리를 위한 일에 쓰도록 돌려드린다’는 의미에서 출발합니다. 구약시대에 에집트에서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만을 섬기겠다는 계약을 맺었고, 그런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가기 위해 종교의식과 법규를 지키는 데에 전념할 사람들을 위해 수입의 1/10을 내어놓는 데서 기원합니다. 하느님께 돌려드린다는 ‘봉헌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전통이나 규정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 재산만을 하느님께 바친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은 내가 가진 것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나 자신을 봉헌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재산 혹은 수입 가운데 얼마간을 봉헌한다는 것은 그것이 내가 가진 것 가운데서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근본정신을 잃어버린 십일조 계명을 강요하는 이들을 나무라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우리가 가진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드린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하고 그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우리의 생명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 건강, 시간, 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등입니다. 이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하느님께 시간을 내어드리고 우리 삶의 일부를 하느님을 위한 시간으로 돌려드린다는 것이 결코 아깝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신부가 되었고 또한 신부로 살고 있으니 저 자신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헌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이따금씩 노력은 합니다만 기도하기를 쉽사리 게을리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저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겠다는 마음이 식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주님을 위해 시간을 좀더 내어드려야겠다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스스로에게, 또 여러분에게 물어봅니다 :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생각할 때에, 여러분은 과연 하느님께 얼마나 돌려드리고자 노력하고 계십니까? 내 마음, 내 생각, 내 시간부터 말입니다.